수학포기자 99%인 교육현실

 

최근 들어 문ㆍ이과 통합을 지향하는 교과과정 개편에 교육당국과 교육계 전문가들의 공방이 뜨겁다. 통합 교과과정에 대한 찬성, 과학 과목 비중 축소 반대, 잦은 개편으로 인한 폐해의 목소리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교육과정 개편안을 내어 놓건만 그 효과를 면면이 따져보면 실망이 앞선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혜자의 무관심에 수긍이 간다.초ㆍ중ㆍ고 교과과정에서 전체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며 국어ㆍ영어ㆍ수학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의사소통, 논리적 사고에 토대가 되는 과목들인지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교육의 결과다. 대학 신입생 중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A4용지 한 장을 제대로 채워 쓸 수 있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우리말로 말이다. 아니, 문장 하나를 제대로 문법에 맞게 쓸 수 있는 학생조차 그리 많지 않다. 12년간 국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건만 결과는 초라하다.

초ㆍ중ㆍ고 영어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남은 것은 유창한 회화 실력과 독해 능력이 아니라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서양 문화에 대한 사대주의뿐이다.

수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2년 수학 올림피아드 1위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99% 학생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다. 수십 년간 초ㆍ중ㆍ고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강조했건만, 대부분 학생이 수학에 흥미를 잃은 채 고등학교 교문을 나서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지표인 학업능력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학 신입생의 학업능력이 해가 다르게 저하되고 있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만, 배울 능력이 없으면 답이 없다.

요즘 대학 신입생을 보면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스스로 정리하고, 중요한 것들을 파악해서 체화하는 능력이 `빵점`에 가깝다. 수십 페이지의 글을 읽고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멘붕`에 빠진다. 주위에 가르쳐 줄 사람을 먼저 찾고 요점 정리 목록이 없는지를 검색한다. 지식 습득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창조의 시대에 우리 동량들의 머리는 거푸집에 부어 놓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

국ㆍ영ㆍ수 핵심 과목에 대한 관심 부재, 학습능력 저하는 학생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걸고 밤잠 안 자고 열심히 공부했다. 문제는 교육과 평가 시스템에 있다. 쉬운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리고 이에 최적화된 선행ㆍ반복 위주의 족집게식 사교육 시스템이 상호작용해 자기 주도 학습능력과 창조능력이 결여된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 정상화 프로젝트는 1964년 무즙 파동부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항상 진행 중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교과과정 개편에 따라 부동산 시장 등락에서 해외 이민자 수 변화까지 온 국민이 몸살을 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동의하기에 교육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한계 상황에 왔다. 더 이상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 스스로 배우고 깨치는 힘을 상실한 무기력한 학생들이 계속 교문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구체적인 과목과 시수 개편에 앞서 고교 졸업생의 학습능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음악ㆍ미술ㆍ체육을 강조했다면 우리에게 더 많은 김연아, 박태환, 싸이가 배출되었을까? 아니면 아예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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