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의 전쟁

사춘기 접어든 우리나라 게임산업 중독 관련 인프라 부족한 현실 게임 중독·IT산업 발전 사이에서 정제되지 않은 규제 법안보다 기업 차원의 자율 규제 필요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게임과 전면전 중이다. 가위로 인터넷 케이블을 잘라버린 엄마, 컴퓨터를 못하게 하려고 외출할 때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갖고 집을 나서는 엄마, 게임 문제로 고3 아들과 다투다 결국 골프채로 모니터를 박살 낸 아빠. 개그콘서트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에 널려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게임과의 전쟁 사례다.

게임의 부작용에는 국경이 없다. 중국에서는 한 남자아이가 게임친구들과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0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유서는 게임 캐릭터 시각에서 작성되었고, 부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09년에 우리나라에서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하루종일 인터넷 카페에서 살며 게임공간에서 가상 아기를 키우는 데 빠져 있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 여인은 아기가 시끄럽게 울어 게임에 방해가 되자 울음을 멈추라고 아기를 거칠게 흔들다가 결국은 사망케 했다.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즈음에 인터넷게임중독, 게임중독과 관련한 법안들이 제안되어 내심 기대가 크다. 새누리당에서 지난 1월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관련 법안 2건과 새누리당에서 지난 4월 발의한 `게임중독법`이 그것이다. 불행히도 정제되지 않은 항목들 탓에 사회적으로 저항이 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규제 대상의 범위이다. 인터넷게임중독법은 대상을 `네트워크 게임`으로 한정해 너무 협소하고, 게임중독법은 규제 대상을 `인터넷 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라는 용어로 인해 영화, 애니메이션 심지어는 사진과 책까지도 잠재적 규제 대상이 되는 탓에 콘텐츠 관련 산업계가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둘째, 부담금 부과이다. 현재 인터넷게임중독 관련 법안은 인터넷게임 관련 사업자에게 매출의 최대 1%까지를 부담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비디오게임, 모바일게임, 인터넷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 중 유독 인터넷게임 관련 사업자에게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에는 공정성 시비 여지가 있다. 나아가 정당한 기업활동으로 적법한 세금을 납부하는 회사에 공익 명목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게임은 아직 사춘기다. 게임 시장과 기술은 급속도로 팽창했으나, 게임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연구,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은 이제 겨우 시작했다. 인터넷게임은 심각한 사회 부작용을 유발하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우리나라의 핵심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중독 측면에서 보자면 그 해악이 술이나 마약보다 절대 덜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 경제에 대한 공헌도로 치자면 향후 반도체, 자동차 정도의 수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중독 방지를 위한 법령이 과도한 규제로 연결돼 건전한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성장기 청소년들이 게임으로 멍들고,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모른 척하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나서기 이전에 관련 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과 기술에 대한 사회적 영향과 부작용을 충분히 연구하고, 예방과 치유책까지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네 청소년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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