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제도 없애야 소프트웨어 강국

일개 환관의 아들로 태어나 후한을 멸망시키고 중원을 평정한 조조.냉혹한 난세의 간웅이라는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제도 개혁, 엄정한 운영, 그리고 능력 위주 인재 중용이라는 면에서 그는 탁월했다. 이것이 3세기 위나라가 중원을 통일한 힘이다. 170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원칙은 변함없이 성립한다. 조그만 유치원에서 초일류 기업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발전은 구성원 행위를 규범하는 제도와 평가 체계에 의해 좌우된다.

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제조업 등 기술 전 분야에서 소프트웨어가 화두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소프트웨어 기술이 제품 경쟁력을 결정한다. 애플은 아이튠스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악, 도서, 영화 등 디지탈 콘텐츠 생성에서 유통ㆍ소비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였다. 구글ㆍ삼성전자 팀은 검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결합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했다. 모토롤라의 쇠퇴, 노키아의 추락, 최근 LG의 선전 등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의 성공적 체화 여부에 기인한다. 광속으로 변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이에 부응하는 정부와 기업 차원의 전폭적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효율성을 결정하는 제반 제도들은 여전히 구식이다. 제도의 핵심은 돈과 사람의 흐름과 행위를 규정하는 것이다. 미성숙한 제도와 평가시스템이 국가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소프트웨어 기술력 제고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첫째, 예산 편성ㆍ집행에 관련된 부분이다. 그간 많은 개선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정부 연구비 집행 규정은 대형 장비와 실험용 시료 등에 적합하게 재단되어 있다. 예산 양식에 소프트웨어 항목이 없으며, 실제로 수천만 원짜리 장비를 구매하는 것보다 수십만 원짜리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소프트웨어 예산 항목 부재는 어찌보면 매우 경미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것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인식이며 제반 제도와 평가, 운영의 기저를 지배하고 있다.

둘째, 정부 출연금에 대한 민간 부담금 이슈다. 정부가 발주하는 국책 사업들은 대부분 연구개발비 일부를 수주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인 제도다. 대형 장비와 인력이 풍부한 기업들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투자가 정작 필요한, 민간 부담금 출연 능력이 없는 소규모 소프트웨어 관련 중소기업들에 정부 발주 사업은 먼나라 이야기다. 때에 따라서는 과제 수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규모 있는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정부 투자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셋째, 소프트웨어 교육 이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핵심은 우수한 인력에 있고, 우수 인력 양성은 질 좋은 교육과정이 핵심이다. 교육 과정의 수준은 담당 교수의 학문적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교수 역량 평가체계가 바로 서야 전체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다. 현재 각종 소프트웨어 분야 평가에서 각 분야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 평가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왜곡된 평가체계는 결국 부실한 교육 커리큘럼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년여 동안 소프트웨어 기술력 제고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 값진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이제는 각론을 다듬을 때다.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이라는 총론과 이를 구동하는 각종 제도와 평가체계에 대한 각론이 오차 없이 정렬되어야 한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1200조원, 한껏 달려볼 만한 매력적인 중원 아닌가?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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