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가 아닌 일류기업이 되어야..

삼성과 애플 간 특허전쟁, 계속 확전이다. 도전과 혁신의 애플과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삼성, 두 기업이 물러설 줄 모르는 일합을 겨루고 있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는 삼성이 패소했고, 도쿄 지방법원에서는 애플이 패소했다. 현재 애플과 삼성은 전 세계에서 약 50개 소송을 진행 중이다.캘리포니아 법정 다툼은 큰 의미를 지닌다. 특허 침해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상대 기업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편향되지 않은 판결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삼성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8월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캘리포니아 법정에서 합의를 거부한 삼성 측 전략은 잘못이었다는 평을 냈다. 과연 그럴까? 정면 승부를 통해 입지를 확고히 하고, 합의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를 줄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정면 승부는 꽤 좋은 전략이었다. 그 전략은 성공했다. 이 소송을 통해 삼성은 250조원 규모인 스마트폰ㆍ스마트패드 시장 양강 구도에서 한 축이라는 사실을 시장에 명확히 알렸다.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을 처음 출시한 건 2009년이다. 불과 3년 만에 노키아, 모토롤라, 블랙베리 등을 모두 뒤로하고 강자로 섰다. 세계가 놀랐다. 이제는 1위 아닌 일류를 지향해야 할 때다. `기존 시장 진입, 신속 대응, 1위 달성` 전략은 특허 침해라는 지뢰에 항상 노출돼 있다. 패러다임을 정의하고, 시장과 생태계를 창출하는 기업이 일류 기업이다. 일류 기업은 특허 침해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1위` 아닌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 있다.

첫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rule setter)로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주어진 목표의 신속 달성, 이것이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1위로 만든 근간이다. 일류 기업은 승부 프레임워크가 다르다. 주어진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문제 정의, 목표 설정이 승부의 관건이다. 추격자는 기존 시장을 장악하는 게 목표지만, 선도자는 시장 창출이 목표다.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다양한 창조와 시도가 필요하다. 구글은 연구원들에게 근무시간 20%를 업무 외 지식 학습에 사용하도록 한다. 도전, 의미 있는 실패, 창의적 사고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둘째, 생태계 창출 역량이다. 스티브 잡스 유고 후 뉴욕타임스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살려낸 시장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음반시장, 영화시장, 소프트웨어시장, 휴대폰시장, 클라우드 컴퓨팅시장 등이다. 아이폰은 디지털 콘텐츠 생성ㆍ유통ㆍ소비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창출했고 죽어가던 디지털 콘텐츠시장을 부활시켰다.

생태계를 창출하고, 창출된 생태계 속에서 공존하는 기업이 일류 기업이다. 경쟁자를 물리쳐 1위가 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기업은 시장과 수명을 함께한다. 급변하는 21세기에서 시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MP3 플레이어처럼.

셋째, 정당하고 공정한 기술 거래다. 구글은 지금까지 총 120여 개 기업을 인수ㆍ합병했다. 백미는 2005년 안드로이드 인수였다. 이를 통해 구글은 스마트폰 업계 지평을 바꾼다. 국내에도 충분한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한 회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건전한 합병 또는 인수는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창출의 원동력이며, 일류 기업 탄생에 선순환 사이클로 작용할 것이다.

대기업 간 특허전쟁 불길이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영화 `적벽대전2`에서 주유는 제갈량과 함께 조조의 백만대군을 화공으로 전멸시킨다. 전쟁에 승리한 후 산더미처럼 쌓인 적군과 아군 시체를 보며 남기는 주유의 대사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전쟁은 모두가 패자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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