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영화, 공익광고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다.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의 업적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과학의 발전을 위해 힘쓴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찌감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관노출신의 장영실로 하여금 측우기, 물시계 등을 제작하게 하고 과학관인 흠경각을 짓고 과학기구를 비치하는 등 기술발전으로 부국강병을 꾀했다. 여기 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힘쓰는 젊은 과학자가 있다. 바로 원유집(공과대`전자통신컴퓨터) 교수다. 위클리한양은 차세대 비휘발성 기억장치용 융합 운영체계 기술을 선도하는 원 교수를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국내외 선진기술의 교두보 마련하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제주도에서 ‘차세대 비휘발성 기억장치(메모리)용 융합 운용체계 기술’ 공동 연구가 열렸다. 3회를 맞아 국제적 행사로 거듭난 이번 행사는 원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에단 밀러 교수의 공동주최로 마련된 것이다. 행사에는 차세대 저장장치로 손꼽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olid State Disk, SSD)와 비휘발성 기억장치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모였다. 삼성, 하이닉스, 엠트론, 인디링스 등 국내 기업 관계자와 관련 분야 대학 교수들은 물론, 아이비엠(IBM), 인텔(Intel), 넷앱(Net App) 등 해외 유수 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각 주제별 발표와 함께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란 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충격에 강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컴퓨터에 적용하는 운영체제 개발은 아직 미흡한 상태죠.”

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선진 기술을 보유한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내 전문가들과의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기술 생명주기가 매우 짧은 IT분야의 특성상 기술개발과 전망, 동향 등을 공유하고 재생산하는 전문가집단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 기술 발전과 표준화를 국내 기술이 선도하고, 관련 분야의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외 관련 업체들이 다양한 연구 협력을 맺었습니다. 본교도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해외 업체와 함께 기술 개발을 하게 됐죠. 이런 움직임이 향후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 수출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입니다. 하드웨어 개발에 맞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국가경쟁력 상승은 시간문제입니다.”

세계 최초의 신개념 컴퓨터 선 보인다

지난해 원 교수가 이끄는 ‘분산 멀티미디어 연구실’은 과학기술부 선정 2007년도 국가지정연구실(National Research Laboratory, NRL)로 선정된 바 있다. 연구실은 ‘대용량 비휘발성 나노 저장소자를 위한 기억, 저장장치 융합 운영체제 기술’이라는 주제로 신 나노 저장소자 구동을 위한 신 개념 시스템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마련한 행사를 통해 세계적 대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데는 국가지정연구실 선정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이는 중요한 연구과제다.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이지만 연구 주제는 이미 지난 2006년 후반기에 설정한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한지 반년쯤 지나자 해외에서 우리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는 이미 우리가 그들보다 1년쯤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는 조만간 세계 최초의 NV램 컴퓨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컴퓨터의 기억장치에는 하드디스크가 포함되지만, 원 교수가 개발 중인 신 개념 컴퓨터는 비휘발성 기억장치만으로 정보를 담아두게 된다. 비휘발성 기억장치를 이용하면 컴퓨터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저장된 정보를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컴퓨터를 즉시 시동할 수 있다. 삼성에서는 원 교수의 연구를 위해 세계 최대 용량의 비휘발성 기억장치를 기증했다.

“기증받은 기억장치를 이용해 마더보드(컴퓨터 내에서 기본회로와 부품들을 담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만들고, 이를 최적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1차 결과물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다수의 관련 특허도 신청 중입니다.”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할 제자 양성하고파’

학자로서, 교수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꿈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3년째 계획에만 그치고 있는 ‘3km 수영대회’에 출전하는 것, 그리고 교수로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컴퓨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게 됐다는 원 교수는 대학시절에 적성과 진로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그의 조언은 자기 자신에 대한 당부이기도 했다.

“이공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파도타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변화라는 거친 물결에서 살아남으려면 파도를 잘 타야합니다. 끊임없는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읽고, 배우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죠. 공학도로서 자기개발에 뒤쳐진다면 파도에 휩쓸리고 말겁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하지 말고, 뚝심 있게 자신의 연구에 매진하길 바랍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개발한 기술이 국가에 이바지한다면 그보다도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글 : 이현정 취재팀장 norubia@hanyang.ac.kr
사진 : 나원식 취재팀장 setisoul@hanyang.ac.kr